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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나/하루

밤깊은 이야기

밤깊은 이야기

 

밤 11시가 넘어서 오빠가 피곤한 얼굴로 퇴근했다.

땅콩이랑 잠깐 놀아주고, 씻고 나니 벌써 잘 시간이다.

진지한 얼굴로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오빠 : 이번 달 내가 거의 일찍 온 날이 없지?

나 : 응, 내가 저녁차린 기억이 없어ㅎ 나 혼자 먹으면 대충 있는 거 먹으니까.

오빠 : 정말 이렇게 일하다 죽을 거 같아 ㅎㅎ 캐나다로 이민을 가야 하나.

 

그리고 이민에 대한 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연애할때부터 종종 해왔던 이야기이다.

그리고 나를 만나기 전, 오빠는 이미 이민준비를 계속 해왔었다.

나를 만나고, 땅콩이가 태어나면서 조금 틀어졌지만.

 

"내가 빨리 준비해서 이민을 갔더라면, 워니를 못만났겠지"

 

흠. ㅎ

 

땅콩이가 졸립다고 눈을 연신 비벼대길래 불을 끄고 안고 둥가둥가를 했다.

오빠는 식탁에 앉아 그 시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두고 읽기를 미뤄덨던 책이다.

영어공부에 관한 책인데, 동기부여와 가이드맵에 관한 내용이랄까.

 

땅콩이가 잠이 들었길래 나도 맞은 편에 앉았더니, 오빠가 고새 읽은 내용을 요약해서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나는 턱을 괴고 열심히 들었다.

불끄고 어두운데, 식탁 위 스탠드만 켜져있고, 오빠랑 마주보고 오빠가 책을 읽어주니까 뭔가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었다.

책 구절중에 대사부분이 나왔다. 어휴. 에헴. 뭐 이런식의 대사들이 나오자 오빠가 첨엔 발연기를 하며 읽어주다가

이내 그냥 다 읽고서 요약해서 말해주겠다고 했다. ㅎㅎ

 

그래서 나도 미뤘던 책을 가져와 읽었다.

땅콩이가 하도 울 때 사뒀던 육아책이다.

발달순서에 따라 읽는 책이라 땅콩이가 이제 5개월이 되어서 그에 맞는 페이지만 읽으면 된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별 내용이 없다.

요약하면 '애가 우는건 크려고 그러는거다.' '불안해서 그런거니 엄마가 잘해줘라' 정도?

해당페이지를 다 읽고 났는데도 오빠는 독서삼매경이라 다음책을 가지고 왔다.

전통육아책이다. 이 책보고 포대기를 샀다.

이 책은 꽤 읽을 거리가 많다. 이것도 가끔 생각날 때 조금씩 읽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내용은 이거다.

+ 대부분의 포유류는 태어났을 때 뇌의 7~80%가 발달되서 나오지만, 유독 인간은 뇌의 25%만 발달된 상태로 나온다. 왜일까, 연구했는데 그 이유로 든 가설은 다음과 같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인간의 골반은 좁아지기 시작하고, 따라서 산도도 좁아진다. 그러나 반대로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뇌는 더욱 발달하고 머리는 커진다. 따라서 좁아진 산도를 커진 머리가 통과할 수 없으니까, 개월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일찍 출산을 하게끔 몸이 선택했다는 것이다. 뇌발달등 여러가지를 따져봤을때 다른 포유류처럼 완성된 상태로 나오려면 임신기간은 21개월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임신개월은 10개월이 채 못된다. 따라서 출산 후 생후 1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것이 이 이유다. 다른 포유류에 비해 유독 출생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간은 사실 뱃속에 있어야 할 태아가 미리 밖으로 나와서 그런거니까, 생후 1년간은 뱃속에 있는 것과 유사한 환경으로 잘 보살펴줘야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통해 뇌와 신체가 엄청난 발달을 하기 때문에 엄마와의 교감을 많이 하는 것이 정서와 두뇌발달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 근래들어 서양육아가 들어오면서 아빠들의 육아참여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과거 밖에서 돈만 벌어오면 됐던 아빠들을 떠올리며 옛날아빠가 편했다고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그 옛날이라는 것은 일제강점기이후부터 근대까지, 고작 5~60전 이야기이다. 실제 전통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은 실로 크다. 흔히 사극에서 아버지가 아들의 논어 맹자 사서삼경을 체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교육은 전적으로 아빠의 역할이었다. 또한, 육아는 부모공동육아를 넘어서 가족전체의 육아였다. 대가족이던 시절,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는 엄마, 할머니, 고모, 할아버지 등에 업혀서 수년동안을 자란다. 보통은 할머니의 역할이 가장 크다. 할머니가 수면교육 배변교육 등 대부분의 것을 도맡아 했다. 근데 현대 들어와 이 모든것을 엄마, 한명한테만 몰아주니 그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명이 감당할 역할이 아닌 것이다.

+ 장난감과 교구중심의 서양육아와 몸으로 놀아주는 동양육아에 관한 비교내용.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면서 아이의 눈을 맞추고, 관찰하고 스킨십하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정서발달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현상이 아이는 물론 엄마에게까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이와 몸으로 놀면서 아이를 더 잘 알게 되어 육아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우울증도 없어진 사례가 있다.

 

이렇게 많이 읽고 나니까 오빠가 거의 책한권을 다 봐간다.

대단... 엄청 빨리 읽네

하긴, 새벽2시반이 넘었다.

읽는 사이, 밖에서 이유식을 가방에 넣어놓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을 열고 이유식을 빼오니까 오빠가 그제야 다 읽고 잠자리 들 준비를 하였다.

 

 

앞으로 사랑과전쟁 재방송 그만보고, 미드를 다운받아봐야겠다.

팝송도 많이 들어야지.

 

근데 이번주까지 과제 진짜 끝내야겠다. 이거땜에 아무것도 못하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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